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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향기는 어린날 꿈속에 피는 꽃처럼

  • 신복남 기자 sbbn2000@hanmail.net
  • 입력 2024.02.23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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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꽃 사이로 동백꽃이 보인다. 보이는 사람 없어도 꽃을 만지는 사람이 있다. 들꽃들은 반겨줄 사람 없어도 아주 작은 목소리로 노래한다. 기쁜 일 슬픈 일 모두 함께 새싹으로 올라온다. 그리움이 없는 사람도 진달래꽃 보면 가슴이 설렌다. 마른 풀잎 아래 산자고 여린 잎에 눈물이 슬픔을 안고 있다. 며칠 동안 숨 가쁜 빗물이 슬픈 가슴을 적힌다. 


고향 같은 봄비가 꽃피는 고향을 그리워한다. 내 운명을 못 본 척한 봄은 순한 물길로 열린다. 태초의 말들이 내 운명의 씨앗을 뿌렸겠다. 시간은 햇빛으로 저 너머 꽃구경 손님이 문득 찾아와 지난 추억이 또 새롭게 쓰고 있다. 동백꽃 피면 고향 산천은 향기롭다. 


동백꽃 아랫마을 소녀의 빨간 얼굴이 생각난다. 매화꽃 옆에 높은 음과 박자가 빠르다. 냉이 꽃 앞에 동네 아짐이 쪼그려 앉아 봄기운을 만지고 있다. 한순간의 아름다움을 찾기 위해 걷는 시간을 재고 있다. 기쁨은 슬픔의 뿌리에서 올리고 찬란한 기쁨은 봄 길을 걷다가 우연히 마주친다. 대지가 노할 때 내 순간의 놀라움이여. 


대지가 조용하게 숨쉴 때 그 따뜻한 기운으로 노래하리. 반짝이는 시간이여. 오후 한나절을 채우고 남는다. 길을 걷는 봄빛이여. 어디에서나 헤매는 일 없이 순하게 길을 만든다. 기다릴 사람 없이 봄 길을 걷는다. 시간은 나와 동행하는 움직임으로 천천히 걷는다. 함께 걷는 봄빛이여. 


서로 품어 반짝인 친구여. 올봄 소리는 새롭다. 태초의 봄 향기로 근원을 찾자. 모든 것을 버리고 봄 길을 걷는다. 봄의 공간을 품에 안고 왈츠 걸음으로 걷는다. 길 위에 시간이 있고 시간의 품 안에 길이 있다. 하나로 감득하다가 서로를 위해 나누어 걷는다. 하얀 삼베 천 사이로 촘촘한 시간들로 운명의 만남이여. 한 순간만을 안은 황홀함이여. 봄 길을 아껴가며 걷는다.

 

어린 날에는 매화꽃이 귀해 볼 일은 없었다. 아가의 손아귀에 쥐어졌던 빨간 동백꽃만 지나갔다. 그런데 요즘은 집 뜰에 한두 그루 심는다. 그러나 이와 동행하는 사람이 없다. 매화꽃 향기롭지만 서로 걷는 시간이 없다. 누군가가 한번은 눈 마주침이 있었겠지. 


어제의 향기도 오늘의 향기도 내일의 향기도 그윽하게 풍겨 온다. 이상 기온 현상으로 예년과 다르게 빨리 피었다. 자고 일어나면 시간을 알린다. 아침이 시작되면 향기로 공간이 열린다. 


오후 한나절 걷다 보면 반짝이는 꽃물결이 보인다. 마을 정자에 앉아 있으면 이집 저집에서 생뚱맞게 피어있다. 하지만 그동안 꽃을 보지 못했기에 반갑다. 하얀 향기가 하얀 옷에 하얀 물이 하얀 얼굴에 적시면 무슨 꽃이 될까. 자기만이 아는 꽃이 될 것 같다. 


그 꽃의 향기는 내 방안까지 따라온다. 
어린 날에 꿈속에서 피는 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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