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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이여 아름다운 공간에서 향기로 피어나

  • 신복남 기자 sbbn2000@hanmail.net
  • 입력 2024.02.29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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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들이 강물로 흘러간다. 상처는 있으면 있는 대로 서로 가슴으로 안고 있기에 울지는 않는다. 풀씨 하나의 기쁨이 수많은 눈물바다가 되었다. 생명은 수없이 연결된다. 


그 작은 풀씨 한 개라도 그 자리에 있어야 한다. 어느 날 그 자리에서 다시 태어날 때까지 대지를 꼭 안고 있어야 한다. 실개천에서 봄 길을 열기 위해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기야 한다. 어린 나뭇가지가 봄 길을 열고 수채화를 그린다. 뚝새풀 억세다고 하지마라. 


그 옆에 별꽃도 있고 황새냉이 꽃도 있단다. 봄 피리 꽃도 있나니 아직 동심은 사라지지 않았다. 아직 여울물이 쉬었다 가지 않더라도 생각나는 사람이 잠시 쉬었다 가련다. 들꽃 옆에 앉아있는 너의 그리움이여 가끔은 흔들리는 모습이 꽃보다 아름답다. 


작지만 온몸으로 흔들림이여 슬픈 가락이 있어 인간 냄새가 난다. 눈물이 보이지 않지만 너의 진솔한 모습이 아름답다. 눈물 한 방울씩 수없이 더해지면 아름다운 들판이 될 것이다. 


언제나 처음처럼 봄이 오지만 봄에 대한 추억이 많다. 그리움을 안는 사람만이 들꽃을 사랑한다. 상처 안으로 안은 사람만이 들꽃을 바라본다. 겨울 산을 안은 봄 산이여 들판에서 상처받지 않기를 바란다. 오후 노을을 바라보다가 봄꽃들이 달려왔네. 분명 멀리 달려왔네. 


계절이 알려준 만큼 왔네. 봄 강물은 여기까지 알려주었네. 느낌이 있는 만큼만 들꽃이 알려주네. 사랑할 수 있는 만큼만 사랑하네. 들판의 무수히 많은 순간이여. 내 나이만큼만 풍경 하나 들어오네. 이제 들판에서 배움이 있네. 관찰, 소망, 평강이 나와 함께 걸어가네. 


오로지 바라봄이 내 안에 있네. 계절의 향기가 내 눈에 있네. 뚝새풀과 자운영은 논농사에 거름이 된다. 지금은 그렇게 들판에 보이지 않는다. 된장나물로 자운영과 곤밤부리가 맛이 좋다. 특히 남부지방에서 많이 나온다. 냉이 된장국과 자운영 나물이 무척 생각난다. 특유의 흙냄새가 시골밥상 풍경인데 점점 사라져간 음식이다. 한곳을 집중해서 관찰한다. 


멈춰있는 것이 아니다. 천천히 움직인다. 이제 많이 알려고 하지 않는다. 그동안 알아 왔던 것을 반복해서 익히고 배운다. 내 옆에 펼쳐진 풍경을 본다. 시간에서 시간으로 이어짐을 보고 평온함을 노래한다. 오래된 만년필로 글을 써본다. 내 손에서 오래된 시간을 보기 위해서다. 붓글씨로 가장 오래된 내 이름을 쓴다. 간소한 우리 5음으로 아름다운 노래가 나온다. 나와 가장 오래된 친구가 소중하다. 


내 옆에서 내 배경이 되어준 풍경을 사랑한다. 들판에 들꽃과 상념의 친구다. 간소한 몇 마디만 나눈다. 아름다운 순간이여. 아름다운 공간이여. 향기로운 고향 풍경이여. 들판 한가운데에서 외로운 사람이 되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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