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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 바꾼 한반도 선사유적••• 완도만의 ‘고대 해양사’ 절실하다 (16)

완도의 장수도, 제주의 사수도 영토분쟁 (16)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4.03.08 09:56
  • 수정 2024.04.14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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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인류사를 바꾼 전곡리에서 발견한 아슐리아형 주먹도끼
세계 인류사를 바꾼 전곡리에서 발견한 아슐리아형 주먹도끼

 

완도의 첫 도래인은 구석기시대의 인류다. 사수도 해역의 신석기 보다 앞선 선사인류의 흔적이 완도에서도 발견됐다. 완도 일원에서 발굴된 구석기시대 유적은 군외면 달도유적과 신흥구석기유물산포지, 그리고 신지도의 임촌유적 등 세 곳에서 유물이 확인됐다. 


그 당시 영산강유역에서 구석기시대의 유적이 확인되면서 학계에서는 전남지역 해안가 일대의 유적발견 가능성을 제시했다. 유적 조사 결과 처음으로 호남지역에서 구석기시대 유적이 확인된 것은 군외면 달도였다.


국내의 구석기시대 유적은 실로 우연한 발견이었다. 1978년 주한미군 소속 공군 상병이던 그렉보웬은 동두천 군부대 가수로 활동한 한국인 연인과 한 겨울 한탄강에서 캠핑하던 중에 커피를 마시려고 코펠에 물을 끓이기 위해 주변에서 돌을 모았다. 


그때 이씨가 주워 온 이상하게 생긴 돌을 보고 낌새를 알아차린 보웬은 그것을 챙겨 프랑스의 고고학 권위자에게 편지를 보냈다. 프랑스 교수의 소개로 서울대 인류고고학과 교수에게 유물을 보내 조사를 요청했는데, 그 돌이 약 30만 년 전 것이라고 추정된 전기 구석기시대의 유물인 ‘전곡리 주먹도끼’로 밝혀졌다. 전곡리 일대에서 유물 4500여 점을 획득하는 성과를 낸 것으로, 이 발견은 당시 전 세계의 고고학계를 완전히 뒤엎은 대사건이었다. 

 

 

이전까지 동아시아에서는 아슐리안형 뗀석기가 발견되지 않아 모비우스(Movius)로 대표되는 학자들이 ‘구석기 문화 이원론’을 주장하던 때였다. ‘모비우스 라인’이라는 가상의 선으로 아슐리안 석기가 발견되는 지역과 발견되지 않는 지역을 나누어 고대 인류의 이동노선을 추측한 가설적 이론이 사용되고 있었다. 그동안은 인도 동부에서부터 아슐리안 석기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해서 인류 중 일부가 아슐리안 석기를 사용하기 전에 동아시아로 진출했고, 그 이후에 인류가 유럽으로 유입됐다고 추정한 것.


그런데, 전곡리 선사유적지에서 아슐리안식 석기가 발견되어 이전까지 정설로 인정받던 모비우스 학설이 한순간에 뒤집어졌다. 이 일은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세계적인 학자들까지 한국으로 몰려와서 석기들을 감정하고 진품임을 인정했다. 


아슐리안형 석기보다 더 이전의 석기를 올도완(Oldowan) 석기라고 부르는데, 그것은 아프리카에서 먼저 발견됐다. 이때 조악한 올도완 석기기술을 가지고 아프리카에 남아 있던 고대인류가 보다 발전된 방식의 석기를 만들어 사용했다. 이것을 아슐리안형 석기라고 부른다. 모비우스 라인은 이런 증거를 잘 설명하는 이론이라서 고인류학자들은 오랫동안 그것을 정설로 받아들였다. 


이런 상황에서 1979년 전곡리에서 아슐리안 석기와 상당히 닮은 손도끼가 발견되면서 학계의 큰 논란이 됐다. 연이어 중국과 유럽에서도 아슐리안형 석기가 발견됐고, 이를 계기로 모비우스 학설은 폐기되기에 이르렀다. 국립중앙박물관 전시실에 가면 전곡리에서 출토된 뗀석기가 관람객을 반긴다. 전곡리가 구석기 유적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사례가 된 것은 국내 최초 발견의 상징 때문이다.


우리지역 구석기시대 유적 발견으로 영산강유역 선사인류와의 연관성이 꾸준히 제기되는 것을 보면 사수도 해역 선사시대 고대인의 활동영역은 우리가 생각한 그 이상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기도.


최초의 아웃도어 삶을 살았던 선사시대 인류, 자연은 그들에게 위대한 가르침을 주었다. 빗소리, 바람소리, 파도소리, 밤하늘의 별 등 자연에서 그들은 오감을 충족하며, 완도 바다에서 창의적인 삶이 정착된 계기가 되었을 터다.

 

인류고고학 연구는 더 이상 구시대의 유물이 아니다. 문명이 없을 것 같았던 섬 지역에서 인류 시원을 밝힐 수 있는 단서가 나왔다. 이제는 완도만의 해양문화 정립을 위한 고대해양사 연구가 시급하다.

         

정지승 문화예술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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