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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슬픈 노래를 불러 봄은 눈물이 많다

  • 신복남 기자 sbbn2000@hanmail.net
  • 입력 2024.03.0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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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풍경의 절정이 춘삼월인데 음력 3월이다. 옛 노래 중에서 낙화유수가 있다. 노랫말을 들어보면 비록 흘러간 노래이지만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인공지능 시대에서 더 잘 맞는 노랫말 인 것 같다. 
꽃다운 인생살이 고개를 넘자. 사람은 낙화유수 인정은 포구 보내고 가는 것이 풍속이더냐. 


영춘화 야들야들 피는 들창에 이 강산 봄소식 편지를 쓰자. 지금 같으면 사진과 동영상을 보내고 싶은 사람에게 보내겠지. 사람들은 너무 빠르게 지나가는 세월을 아쉬워하면서 아직 봄나들이 갈 시간은 남아있다고 위안을 삼았지. 강 나루터에 앉아 봄 강물을 기다리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노 젖는 박자를 맞춰 느릿느릿 인생을 걷자. 


봄소식을 전하는 속도가 1초에 지구 7바퀴 훌쩍 넘는 시대에도 인생의 고개를 넘는 속도야 봄만큼 하겠는가. 봄 같은 마음을 실어 꽃다운 인생살이는 지금 내 앞에서 어른어른 거리는 물빛이다. 
물 위에 꽃잎은 떠나가기 싫어 그 자리에서 몇 번이고 돈다. 흐르는 봄물는 인생살이와 같다. 영춘화는 물푸레나뭇과에 속한다. 개나리꽃도 같은 과이다. 둘 다 자생력이 좋고 물을 좋아한다. 


봄꽃이 피고 봄나들이를 가자. 이 세상 그 어떤 것들과 같은 속도를 걷자. 세월은 그 속에 있으므로 결코 시간은 흐르지 않을 것이다. 지구 밖 먼 나라에서도 내 한 몸 기댈 수 있다고 하니 그 곳도 봄이 한창이구나. 이 지상에서 따뜻하게 안을수록 세월의 무게가 너의 눈물이 되나니 굳이 흘리지 않아도 되리라. 그것이 오히려 피와 살이 될 것이다. 아무리 창작의 봄이 오더라도 봄은 오지 않는다. 한 발짝 세월을 실고 걷자. 반짝이는 강물에 노 젖자. 


그래야 꽃이 피고 노래가 되나니 난 그 길에서 떠날 수 있는 창작의 봄이여. 젊으나 늙으나 봄은 봄이다. 오히려 봄을 기다리는 사람은 나이가 많음이다. 그 속도를 늦추기 위해서다. 나와 동행하는 봄은 눈물이 많다. 오죽하면 눈물이 멈춰있을까. 
눈물을 많이 머금을수록 시간이 멈춰 선다. 그리운 마음에 그리운 사람은 그리운 세월 속에서 걷는다. 


세월이 흐르면 잊는다. 그건 어느 한쪽이 멈춰있음이다. 그대가 옆에 있어도 그리운 것은 나와 함께 흘러감이다. 어느 곳으로 계속 흘러감이여 내 운명의 공동체여 나의 연민이 너의 연민이여 어느 꽃잎에 어느 눈물이 숨겨져 있더라도 살아있으므로 감격한다. 기다리고 꽃 피우고 떨어져 흘러가는 것이 인생살이인데 강물 따라 반짝이는 눈망울은 아직 슬픈 노래를 부르고 싶단다. 


나 하나의 슬픔이 땅에 떨어져도 아직 살아있기에 그리움은 찬란하게 꽃을 피우고 있다. 기다림이 많은 포구에서 봄빛은 하염없이 반짝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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