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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대지로부터 밀려오는 황홀함에 대하여

  • 신복남 기자 sbbn2000@hanmail.net
  • 입력 2024.03.15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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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끝에서 전하는 정은 깊어서 끝이 없다. 늘어진 수양버들 아래 흐르는 물 위에 전해오는 느낌이 많다. 봄의 꽃향기가 깊다고 하지만 손끝에서 전하는 마음은 어이 씻을 수가 없다. 
이 세상 모든 것들은 서로 전해 줄 것들이 많다. 보이지 않지만 그 어떤 것보다 가치 있는 것들은 노력하지 않으면 결코 보이지 않는다. 깊은 계곡에 피는 노루귀는 사람들 눈에 쉽게 뜨이지 않는다. 


심산유곡에서 깊은 상념에 빠져 있다. 돌 틈 사이에서 가장 깨끗한 낮달과 마주 보고 있다. 서릿발 내리는 곳에서 내 발이 되어준 산은 유일한 나의 몸이다. 열에 달구어져야 새롭게 태어난 물질이 많다. 반면에 추운 겨울이 지나야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식물이 많다. 23.5도의 지구의 기울기 때문에 계절의 변화가 있고 그 변화에 적응하는 동식물들은 동화적 삶을 추구한다. 혹독한 겨울은 우리를 새롭게 변화하게 한다.

 
특히 북쪽 산을 향하는 노루귀는 본디 남쪽 나라를 좋아했을 것 같다. 온화하고 선선한 바람 속에 사는 세상이 그립다. 그러나 상념에 깊이 빠져있는 나무는 그렇지 않다. 보이는 세계보다 보이지 않는 세계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몸소 경험하지 않고선 알 수가 없단다. 


깊은 계곡에서 오로지 자기 자신만이 아는 세계를 꿈꾸며 산다. 홀로 외롭게 서있는 나무는 향기롭다. 어떤 환경에도 자기의 동화적 삶이 있기에 자신만의 최고의 가치를 누리고 산다. 산사의 종소리가 온 산을 움직이게 하듯이 돌 뜸 사이에 아주 작은 꽃이 우리의 삶을 움직이게 한다. 외롭고 쓸쓸한 계곡에서 오히려 미동의 소리를 듣는다. 남이 들을 수 없는 소리를 듣는다. 계절의 변화 속에서 또 생명이 피어난 소리를 듣는다. 


생명이 피어난 아름다운 소리를 듣는다는 것은 어찌 보면 가장 행복한 사람이다. 차마 잊을 수 없는 그리움도 나만이 아는 비밀이다. 묵언으로 한 세월을 견지는 일은 그리 쉽지 않은 터인데 그 속에 그만한 향기가 있기에 지켜왔다. 깊은 계곡에서 향기로운 손을 내민다. 


깊은 연민의 눈길이 나를 움직이게 한다. 보이지 않지만 그 관계를 만들게 하는 것도 혼자서 되는 일은 아니다. 


이미 있었던 관계를 차츰 알게 되는 것도 스스로 오는 것은 아니다. 먼 대지에서 밀려오는 황홀함이여 지금 내 옆에 피어있는 작은 꽃이여 이따금 들려오는 새소리여 이 모든 것들이 모여 나의 비밀을 깨운다. 들녘에서 봄바람이 불어온다. 깊은 골짜기에서 물소리가 난다. 


노래 소리 들으며 산길을 걷는다. 무엇 하나 빠질 것 없는 봄 산에서 딱 하나만 비어있다. 몹시 연연한 그리움이다. 허허로운 골짜기에서 애틋한 그리움이 돌 틈 사이에서 동화적 삶으로 변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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