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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꽃보다 더 향기로운 건, 꽃을 건네는 손이었다

상황산을 상왕산으로 개칭, 꽃을 든 남자 경민수 주무관

  • 김형진 기자 94332564@hanmail.net
  • 입력 2024.03.22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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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들었습니다
누굴, 꼬시려고 든 건 아닙니다

총으로도 못 바꾸는 세상,
돌과 화염병으론 어림 없지요

그래도 들긴 들어야 했길래 
꽃을 든 남자
세상을 향해 꽃을 던지려는 사내

집에 돌아오니, 엄니가
“니 오늘은 데모 안했는가베”
“맨날 휘발유 냄새가 나더니만”
“오늘은 장미향이 그윽하다야”

 

사진은 영국의 벽화 예술가 뱅크시(Banksy)의 꽃다발 던지기다.

 

 

80년대 대학생들의 데모가 활발했던 시기, 화염병의 은어가 꽃병 또는 꽃이었고, 쇠파이프는 파이라고 불렀다. 화염병은 1차 세계 대전 당시 대전차를 상대하기 위해 사용되었을만큼 유서 깊은 전쟁 무기다. 뱅크시는 저항의 상징이 된 화염병을 꽃으로 절묘하게 표현했는데, 꽃을 들어 세상을 바꾸고 싶어하는 투사와 다름 없어 보인다. 


이때 잊을만 하면 나타나는 남자, 박은재 산림휴양과장. 오래 전부터 말해오길, “산림휴양과는 우리 동현입니다!”


김동현 주무관을 지면에 써 달라는 요청이 몇 번 있었는데, 그때마다 미적거렸었다. 이유인즉, 언론이 주민을 위한 공복인 공무원에 대해 냉정한 평가를 해야지, 좋은 평가를 내리는 것 자체가 언론 답지 못한 것 같아서. 그렇게 미적거리다 쓰게된 김동현 주무관. 그 뒤 박 과장은 “우리 산림휴양과는 김동현과 서현선” 이러면서 서 주무관에 대해 강력 어필해왔고, 성화에 못 이겨 소개했더니, 지난해 하반기부턴 만날 때마다 “김동현 서현선 경민수. 이제 우리 민수가 마지막입니다” 


아니, 누구 성격 테스트 하시나? 확, ‘산림휴양과, 과 신설해줬더니 휴양 떠났나’ 이리 한 번 비판기사를 쓸 마음도 일었지만, 군청 조직개편 중 가장 눈부신 성과를 내고 있는 부서다. 동료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부서장이라면 MZ 세대와 갈등이란 있을 수가 없겠다. 


어느 날, 우연히 만난 경민수 주무관.

 

 

“저는 완도신문에 한 번 소개가 되었습니다” 그러면 굳이 소개까지 해야 돼? 생각이 드는 찰나, 경 주무관은 “와이프가 완도신문을 보고난 후 전화로 알려줬어요”
기억이 난다. 꽃 보다도 꽃을 든 손, 향기는 꽃에 있지만 그 향기를 전하는 건 손이 하는 일이라서. 당시 기사를 찾아보니 청산도 네이버 밴드에 글쓴이는 “오전에 자동차세 85.800원을 6월30일까지 내라는 문자를 받고서 바쁜 일로 잊고 있다가 오후 4시 50분쯤 생각이 나 면사무소 총무계에 전화를 걸어 다음 주 월요일 날, 납부해도 되느냐?고 문의했더니” 


“경민수 주무관이 하는 말이 그러면 과산세가 붙어 아까우니 우선 제 돈으로 내 드릴테니 돈은 월요일날 가져와도 좋다는 말을 들었다”고. 글쓴이는 “세상에, 작은 돈 한 푼이라도 주민에게 물리지 않게 하려는 공무원의 태도가 얼마나 아름답고 고마운지 전화를 끊자마자 면사무소로 달려가 고맙다는 격려와 함께 사진 한 장 찍어 올린다”고 밝혔다는 기사였다.


박 과장의 요청보다 자발심이 일었다.
경대승. 고려 무인정권의 인물 중 가장 의로운 인물로 정평이 나 있는데, 경대승은 아버지가 탈취했던 모든 전답을 백성들에게 돌려주어 백성들은 그의 청렴함에 탄복하였고, 입을 모아 경대승을 칭송하였다.


1977년으로 서울 태생인 경민수 주무관.
3남매의 둘째로 장남이며 고려 무신정권 경대승, 청주경씨 27대 후손으로 완도에서 경씨는 딱 3명 있단다. 


자신을 포함해 딸과 아들, 세사람.
흔치 않은 성씨라서 경씨성을 갖은 사람을 만나게 되면 애틋한 끌림이 전해진다고.
현재 완도군청 산림휴양과에서 조림사업, 숲가꾸기사업, 동백, 황칠 산업화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고 했다.


1996년 대학에 입학할 당시 민수 씨의 아버지는 창호샷시 공업사를 운영했는데, 넉넉하진 않았지만, 화목한 가정이었다고. 
수도권의 한 사립대학, 집에서 먼거리라 원룸을 얻어 생애 첫 자취생활을 시작했던 것이 새로웠다고. 하지만 아버지의 공업사가 IMF로 부도가 났고 생활고를 겪게 되면서 등록금이 사립대에 비해 1/3수준인 국립대학교를 목표로 재수해 서울 근교의 국립대 건축공학과에 입학하게 됐단다.


IMF의 골은 생각보다 깊어 학비를 감당할 수 없어 스스로 학비와 생활비를 아르바이트를 통해 벌어야 했는데, 돈이 되는 아르바이트는 뭐든 다했다고. 포장마차 주방장부터 직업소개소를 통한 잡부, 생수 배달, 정비소 보조 등등.


낮에는 학교를 다녀야 했기에 특히 새벽에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를 선택해야 했기에 서울 도봉구 창동에 소재한 농협하나로클럽에서 야간 진열 아르바이트를 오랫동안 했다고. 농협하나로클럽은 서울에서도 손꼽히는 대형마트로 오후10시부터 그다음날 새벽7시까지 매장에 빠진 생필품들을 재진열하고 창고를 정리하는 업무였단다. 


이야기가 길어졌는데, 이곳에서 인생의 운명적인 사람, 아내를 만나게 되었다고 했다. 아내는 ㈜애경 소속으로 하나로클럽에 파견 직원으로 보는 순간, 관심이 일어 이 여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면 귀를 쫑긋 세워 들었는데, 전남의 어느 섬에서 올라왔고 나이는 자신 보다 1살 어리다 등등.


섬? 섬은 어떤 곳일까? 
궁금하면서 웬지 모를 이끌림에 하나로클럽에 근무하는 누나들에게 “저 아가씨 좀, 소개 해주세요.” 라고 말했더니, “어, 그래! 너랑 잘 어울리겠다”며 선뜻 소개팅을 주선해줬다고. 아내 또한 호감이 있는 듯 보였고 사랑이 싹트면서 아이가 생겨 그 해 결혼, 경기도 남양주에 신혼집을 꾸렸단다.


배운게 도둑질이라 공직에 들어오기 전 직장은 서울 강남에 직원 160명 규모의 종합건축사사무소였다고. 나름 회사 규모도 있었고 직장 내에서 동료들에게 업무 능력도 인정 받아 순탄한 회사생활 이었단다. 
회사에서는 다양한 자격증을 갖추는 인재를 선호하였기에 건축분야의 자격증 뿐만아니라 조경분야, 안전분야 등 틈틈이 시간을 내어 자격증을 취득해 둔 덕에 현재는 6개의 국가기술자격증을 가지게 되었다고.


10년 이상을 출근 2시간, 퇴근 2시간, 하루4시간을 길에서 허비하며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사는 것에 회의가 들기 시작했단다.
민수 주무관은 “저 자신에게 물었습니다. “경민수, 계속해 이런 삶을 살꺼야?”
“도시의 삶이 빠듯하고 삭막하다고 느껴지던 어느 날, 집사람에게 말했습니다. 여보 우리 완도에 내려가서 살까?”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면 완도에 내려가 살자. 그때 집사람 머릿속에 여러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을 겁니다. 어쨌든 집사람은 저에 의견을 따라주기로 했고 ‘15년 전라남도 공무원 채용시험에 합격하게 되었고 이듬해 39세의 나이에 완도군청 공무원으로 첫발을 내딛게 되었습니다”


여기까지만 들어도 훌륭하다. 완도가 좋은 인재를 얻었다. 


어려웠던 순간을 묻자, 경민수 주무관은 박은재 과장의 이야기부터 꺼냈다.
“박은재 과장님은 저에 첫 팀장님이셨습니다. 산지보호팀에서 부여 받은 업무가 산지인허가와 등산로 업무였습니다”


“당시 산지인허가로는 바다에 인접한 산지에 뭔놈에 축양장을 그렇게 많이 짓는지, 당시 산지에 태양광을 설치하고자 접수한 인허가는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았습니다”
“등산로 업무로는 상왕산에 있는 안내판과 이정표를 새롭게 설치하기 위해 상왕산을 발로 뛰며 위치와 수량을 도면화해서 사업을 완료했습니다. 상왕산 정상에 등산객들이 편히 조망할 수 있게 전망데크를 설치하는 작업에 헬기를 띄워 자재를 운반하여 사업을 완료하였습니다” 


“그리고 단절등산로 연결사업으로 ‘서망산 등산로 구름다리 연결사업’, ‘초개산 나래교 연결사업’ 추진했습니다. 그리고 여러 읍면에 등산로 개설건의사업들도 모두 추진하였습니다”


“딱히 티가 나지는 않지만 가장 보람된 일중 하나는 일제강점기 이후 상왕산이 상황산으로 명명되어 온 것을 역사적 고증자료를 통해 확인했고 당시 박은재 팀장님의 주도하에 여러 기관단체와 협조하여 올바르게 완도의 주산 이름을 되찾아 오게 되었습니다”

 

“이제 갓 완도에서 공직을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은 풋내기가 처리한 일 치고는 꽤나 괜찮은 성과였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업무 안에는 분쟁의 소지가 있는 민원들이 한 두개씩 들어오며 결국에는 인허가에서 1건의 민원과 등산로 업무에서 1건의 민원으로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일이 있었습니다” “처음 당한 일이라 얼마나 당혹스럽던지” “경찰서에서 조사 받으러 나오라고하면 괜히 움츠리고 긴장감으로 보내게 되는 그런 심정처럼요” 


민수 씨 “제사진은 어떤 사진이 좋을까요?”하고 묻자, 메인 사진은 꽃을 든 남자가 주제이니 누군가에게 꽃을 전달하는 사진이 좋겠다고 했는데, 그는 누구에게 꽃을 줬을까?(마감 10분전에 찍어보냄, 새신랑처럼 신사복을 쫘악 빼 입고서 연출해 다소 어색하지만, 완도신문 핑계로 확실한 이벤트, 좋은시간이었을 것으로보임)

 

또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이야기는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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