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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의 낙원 '여서도'가 죽어간다.

방파제 공사 때 파묻은 폐기물 파도에 드러나... 불법조업 계속되면 10년 후 여서도 주민 모두 떠난다.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07.03.18 17:28
  • 수정 2015.12.15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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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서도 주택은 높은 고지대에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태풍이 불면 바닷물이 덮치기 때문이다. ◎명지훈  

         ▲여서도등대에서 바라다 보이는 마을풍경은 마냥 평화롭다.◎명지훈

           ▲여서도등대는 제주해협의 파수꾼 소임을 다하고 있다.◎ 명지훈


                                                          

전남 완도군 청산면 여서리는 2.51㎢의 면적에 60여가구 75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완도에서 남동쪽 41km가량의 해상에 있고 1945년 이후에 ‘천혜의 아름다운 섬’이라는 뜻에서 여서도로 불리게 됐다.

원형모양의 섬으로 중앙에 솟은 산(352m)은 경사가 급하며 해안까지 뻗어있어 전체적으로 하나의 산지를 이룬다. 기후가 온난하여 동백나무와 후박나무 숲이 무성하고, 동백기름이 특산물로 생산된다.

 

주민들의 생계수단은 주로 어업으로 근해에서는 도미, 숭어, 도다리 등이 잡히고 자연산 돌미역, 해삼, 전복 등이 생산된다. 주민의 일부가 소, 염소를 키우고 여름에 고구마가 소량 생산된다.

 

여서도는 아직까지도 때 묻지 않은 천혜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섬이다. 특히 30~40m 깊이의 바닷속이 훤히 보일만큼 맑아서 “여서도로 시집가던 새색시의 앞섶이 풀어지며 옷고름이 바닷물에 빠져 황급히 들어 보았더니 옥색으로 물들어 있더라.”는 전설이 전해질 만큼 깨끗한 섬으로 알려져 있다.

 

제주도와 제일 가까운 곳이라 일년 중 200일 정도는 제주도를 볼 수 있다. 어종과 동식물은 보호할 가치가 많은 곳이기도 하다. 제주도 특산물인 자리돔(생이리)이 완도에서는 유일하게 이곳에서 잡히고 있고 방목하여 산을 타는 건강한 소들도 만날 수 있다.

 

이 소들은 외지에서 3월초에 사 들여와 봄철에 산으로 보내 방목을 하면 겨울에 훈련된 소가 되어 민가로 돌아온다. 20여 가구 주민이 소를 키우고 있는데 운동을 많이 한 여서도 소는 근육이 발달해 육회용으로 많이 찾는다.

 

‘처녀가 시집갈 때까지 쌀 세 말을 못 먹는 곳’이 청산도라면, 여서도는 ‘평생을 살아도 쌀 한 가마니를 못 먹는다.’는 말이 전해질 정도로 먹을거리가 궁하고 가난한 섬이다. 이곳에 30~40대는 10여명 안팎이다. 나머지는 모두 고령의 노인들 뿐이다.

 

생활보호대상자가 17명, 독거노인이 20여명, 떠나고 세상을 등져 빈집도 많다.현재 이곳에는 낚시꾼들을 위한 민박 2곳과 가게 2곳이 문을 열고 있다. 하지만 생필품 가격이 비싸 가까운 청산농협이나 완도 나들이를 나갈 때면 수퍼를 이용한다.

 

선착장을 마주보고 '청산파출소 여서리 출장소'가 위치해 있다.100여미터를 더 가면 ‘청산보건소 여서도진료소’가 보인다. 이곳에 근무하는 이순자(48세)씨는 근무한지 3년째 접어들어 목소리만 들어도 동네 사람들의 얼굴을 알 정도다. 독거노인들의 관절염이나 고혈압, 당뇨, 성인병 등을 진료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또, 발전기로 섬 전기를 24시간 가동하고 있는 여서도 내연발전소(소장 김용규)는 6명의 인원이 24시간 교대근무를 하고 있다. 소장과 직원 모두가 이 곳 여서도 출신이다.



  ▲청산초등학교 여서도 분교에는 전교생이 모두 3명 뿐이다. ◎명지훈
 

   ▲ 야외학습 나온 여서도 분교 전 교생 3명 ◎명지훈

                

청산초등학교 여서분교장은 염장열분교장과 김은선생님, 2학년 김은빈(9세 여), 3학년 정주훈(10세 남), 5학년 김민욱(12세 남) 3명의 학생이 공부하고 있다.

 

덩치가 큰 민욱이와 새침때기 은빈이는 형제간이고 도시아이들처럼 연예인도 좋아하고 섬전체를 놀이터 삼아 짓궂은 장난도 서슴지 않은 전형적인 섬 아이들이다.

 

 

현재 이곳 여서도에는 대부분 고지대에 집이 있다. 태풍 같은 큰 바람이 불면 파도가 쳐 바닷물이 집을 덮치는 경우가 발생해 파도가 범할 수 없는 높은 곳이기 때문이다. 도로도 좁은 탓에 가스통이나 무거운 짐들은 지게로 힘들게 지고 날라야 한다. 더 무거운 짐은 마을 젊은이들 6여 명이 손수레에 싣고 운반하고 있다.

 

누구나 만들 수 있었던 진하고 독특한 맛을 내는 여서도 고유의 전통막걸리는 이제 지상림(70) 할머니 한 분만이 그  비법을 알고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과거에는 외지 뱃사람 들이나 청산과 완도읍 등 애주가들이 많이 찾았지만 요즘은 찾는 사람들이 많지가 않다. 그저 거동이 불편한 남편의 담배 값 정도 벌이를 하기 위해 만들고 있다. 여서도 전통막걸리를 빚을 비법을 전수받을 사람도 마땅치 않아 지 씨 할머니가 돌아가시게 되면 여서도막걸리의 명맥이 끊길 위기에 처해 있다. 

 

 


       ▲여서도 전통막걸리 비법 전수자 지상림(70)할머니◎명지훈


여서도의 밤이 깊어지고 방파제 가로등에서 밤낚시를 하던 탁억래(76세)씨와 일행 두 분은 목포에서 출발해 여서도에 처음 왔지만 바다가 너무 깨끗하다며 꽁치를 잡아서 소주 한잔 해보겠다며 노익장을 과시했다.

 

‘아낙네가 여서도에 가면 애를 배서 나온다.’는 말은 완도에서 워낙 멀리 떨어져 날씨의 변덕이 심해 한 번 가면 좀체 돌아오기가 힘들다는 여서도에서 살고 있는 섬 주민들의 힘든 삶을 엿볼 수 있는 것이다.

 

민박 (061)552-8972, 552-2503 여서리 막걸리 (061)554-1716

가는길 완도 여객선터미널에서 매일 오후2시 출항 여객터미널(061)552-0116



    ▲여서도 선척장 윗쪽에 내연발전소가 보인다. ◎명지훈   


  ▲도로가 좁아 무거운 짐은  오토바이에 손수레를 연결해서 오르내린다. ◎ 명지훈  


   ▲ 소 여물을 주기위해  새벽부터 집을 나서는 아낙네   ◎ 명지훈  


   ▲청산도로 향하는 배안에서 장난치며 노는 여서분교 전교생들. ◎ 명지훈


 2.환경훼손 심각

 

청정바다 여서도의 6~7년에 걸친 방파제 공사가 끝이 났다. 목포지방해양수산청 발주로 K기업이 시공한 여서항 건설공사는 환경오염은 물론이고 자연경관 훼손, 낚시 관광객에게 항상 대형사고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잘못된 방파제 공사로 조류소통을 막아 마을 앞 바닷물이 썩어가고 있다. 고기를 잡더라도 오래 살지 못할 뿐더러 해녀들은 심한 악취로 바닷속에 들어가지 못한 실정이다.

 

마을주민들은 방파제에 원활한 조류소통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는 것과 마을 오폐수처리장 시설이 절실하다는 주장이다.

 

또한 방파제 동편 거대 폐석산이 사후처리가 미비해 현재 큰 바윗덩어리가 떨어지고 무너져 내려 형식적으로 안전장치가 속수무책이다. 특히 이곳은 낚시꾼들이 자주 왕래하는 곳으로 자칫 대형사고로 번질 위험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또한 이곳 방파제 공사기 끝나고 파도에 인근 도로가 바닷물에 쓸리면서 100여미터 넓게 땅속에 묻혀있던 정체불명의 폐기물들이 노출되고 있다. 녹슨 철근조각과 폐비닐이 땅속에서 속속 발견되고 있다.

 

여서도 정정석이장은 마을주민들은 항상 쓰레기를 소각하고 있기 때문에 땅 속에 묻을 이유가 없다. 방파제 공사 기간에 묻은 불법폐기물들이라고 주장했다.

 

정 이장은 공사가 끝난 후 버리고 간 많은 양의 쓰레기가 방치된 현장과 굳어진 시멘트를 파묻은 장소 등을 보여주면서 K기업은 마무리공사를 한다고만 했을 뿐 아직까지 한번도 오지 않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목포지방해양수산청 관계자는 민원발생은 아직 없고 1년에 한번씩 관계자가 현장을 방문해서 문제점을 파악하고 있어 별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마을 정 이장이나 어촌계장은 여서도에 관계 공무원들을 한 번도 본적도 없고 만나러 온다고 연락도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여서도 정정석 이장은 이곳 돌더미 아래 폐콘크리트를  묻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명지훈

      ▲공사완료후 복구가 안된 위험한 현장 ◎명지훈 

         ▲있으나마나한 형식적인 안전시설물 예산이 남아 돌까요? ◎명지훈

     ▲엿가락처럼 망가진 안전시설, 관계공무원 한번도 온 사실이 없다.◎명지훈

       ▲폐비닐과 녹슨 철근(폐기물)이 파도에 씻겨 내려 보기가 흉하다.◎명지훈

 




                 ▲불법매립한 폐비닐,철근등이 파도에 드러나고 있다.◎ 완도신문





 

3.생존을 위협하는 어업여건

 

여서리에는 매일 주민배 3척이 3개조로 나누어 갯바위 주변을 순찰한다. 외지선박이 불법조업(뻥치기) 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자체적으로 돈을 거둬 고향의 바다와 삶의 터전을 목숨처럼 지키고 있다.

 

정정석이장은 “타지 배들이 조업을 하거나 불법조업을 하고나면 감성돔이나 농어, 숭어 등 고기가 전혀 잡히지 않습니다. 해경과 행정에 진정도 했지만 현장에서 잡지 못하면 현행법상 법적 제재를 할 수 없는 입장이어서 단속이 어렵다고만 합니다.”

 

“더구나 불법어장을 하는 것을 뻔히 눈을 뜨고 보면서 잡을 수가 없습니다. 여서도 주민의 낡은 배로는 타지 배들의 속도를 따라 잡을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여서 주민들은 모두 조업을 하는 어선들이 0.5마일(800m) 안으로 들어오지 말것을 당부했다. 특히, 불법어업을 엄격히 단속할 강력한 법 규제를 마련해 여서도 섬사람들의 삶의 터전인 바다를 침범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건의했다.

 

여서도 인근 바다에서 불법 어업행위가 계속된다면 마을 사람들은 몇년 후 쯤이면 고향 섬을 등지고 모두 떠나고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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