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매일 바다가 열리는 모세의 기적 완도 '토끼 섬'

완도군 영토, 생활권은 해남, 주민생활 이중고 물이 들면 장구처럼 생긴 딸린 장구섬 볼거리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07.04.22 15:19
  • 수정 2015.11.07 18:52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17일 진도군 고군면 회동리에서 ‘한국판 모세의 기적’이라는 신비의 바닷길이 1시간가량 열렸다. 진도는 1년에 한번 바다의 신기한 모습을 볼 수 있지만 완도의 섬 토도에 가면 하루 2차례씩 매일 모세의 기적을 만날 수 있다.

 

완도군 군외면 황진리에 딸린 토도(兎島)는 0.4㎢의 면적에 해안선길이가 1.7km로 완도읍에서 북서쪽으로 14k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해남군 밤나무정반도 끝에서 동쪽으로 500m 떨어진 간석지 안에 자리 잡고 있으며 섬 형태가 누워있는 토끼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하여 토도라고 불린다.

 

전체적으로 해안선이 완만하며 23가구 43명의 주민들이 농업과 어업을 겸하고 있고 과거에는 김이나 굴양식을 주로 했으나 지금은 기후변화로 생산량이 대폭 줄어 든 상태다.

 

주변 해안은 넓은 개펄지대로 해남군 북일면까지 이어져 있어 행정구역은 완도군이지만 주민들의 실제 생활권은 해남군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 주민 대부분은 60~70대 고령으로 생활보호대상자가 3명, 독거노인이 5명으로 마을사람 중 45세인 박병준씨가 가장 젊고 85세인 이철용씨가 가장 고령이다.

 

토도에는 작년 초에 완공한 마을회관과 교회가 있다. 또, 1979년에 38명으로 개교한 토도분교는 오래전인 95년에 폐교 되었고 지금은 학교의 건물만 남아 있다.

 


 

토도는 정월 대보름이 되면 400년 된 팽나무 아래에서 당제를 지내고 명절에는 주민들이 마을회관에 모두 모여 음식을 나눠먹으며 지낸다.

 

주민들은 한결같이 과거에는 물이 귀했지만 지금은 담수화시설이 되어 있어서 물 걱정을 덜게 됐다며 마을의 보물1호라고 자랑하기도 했다.

 

또한, 토도에는 자가용 소유자가 3명 오토바이가 8대 있다. 하지만 마을 노인들이 남창장에 가려면 택시를 타거나 아니면 40분이나 걸어서 갈두까지 가야 한다. 또, 거기서 버스를 타고 좌일로 가서 다시 남창가는 버스를 갈아 타는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안타까운 실정이다.

 

토도는 고령의 노인들이 많은데 보건진료소가 없어서 갑자기 환자가 생기면 119구급차를 불러야 한다. 작년 이맘 때, 마을사람이 아파 병원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사망한 아픈 기억이 있다. 응급처치만 이라도 할 수 있는 의료시설과 인력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신창현(64세) 토도이장은 사실 지금도 해남사람들의 눈치를 보며 살고 있다고 했다. 또, 동네 주민들의 생활권은 해남 북일면이다. 필요한 생필품이나 우체국 택배차도 모두 해남에서 오고 있다. 전화도 해남번호를 사용하고 있다. 사실 완도군에 속한 토도 주민들은 해남 경제에 많은 보탬을 주고 있는 실정이다.

 

신 이장은 “과거에는 해남과 바다어장 경계 때문에 갈등이 심해 많은 괄시도 받았다. 또, 갈등이 빚어지면 서로 안 질려는 오기까지 발동해 쉽게 화해가 되지 않았다.” 신 이장은 “지금도 마을 진입로를 20cm만 더 높이면 한달에 일주일 정도는 만조가 되어도 마을을 쉽게 건널 수 있을 텐데...” 라며 북일사람들의 진입로 포장 반대가 아쉽다는 속내를 털어 놓기도 했다.

 

과거 전화가 많지 않던 시절에는 주민들이 이웃동네에서 늦게까지 술 한 잔 걸치다가 야밤에 맨몸으로 바다를 건너는 위험한 순간도 있었다. 군외면 남선리에서 불을 피우면 토도 사람이 왔다는 신호로 알고 배를 타고 데리러 가는 등 추억을 떠올렸다.

 

토도에 현대식으로 개조한 주택에 살고 있는 신 씨 부부는 “30대 초반에 고향을 등지고 도시로 향했다. 하지만 고향이 그리웠다. 그리고 몸이 아파 고향인 토도로 다시 귀향해 산지 이제 7년이 되었다. “여기서 해풍바람을 쐬며 열심히 그리고 즐겁게 일을 하다보니 건강도 회복하고 돈도 제법 많이 벌게 되었다.”면서 우리가 이만큼 살 수 있었던 것은 마을 사람들이 도와줬기 때문이라고 공을 마을 사람들에게 돌렸다.

 

고추 밭에서 일을 하던 80대 노부부는 허리 아프고 고된 일이다. 하지만 고추가 열면 서울에 있는 자식들에게 보내는 재미에 아픔을 잊고 살고 있다.

 


 

지나가던 마을주민도 한마디 거든다. 자신의 집 마당 오리 사육장을 가리키며 5년 전만해도 가구마다 많은 오리를 키웠지만 조류독감 이후 지금은 마을 몇 사람만 오리를 키우고 있다고 했다. 이 역시 팔려는 마음보다 객지에 있는 자식들에게 보내기 위해 기르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신 이장은 마을사람들이 부지런해서 개인 빚이 없다. 마을의 80대 노인도 밭에 나가 일할 정도로 부지런하다. 마을사람들 모두가 건강하고 잘됐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밝혔다.

 

해남과 완도 경계에 사는 변방 토도! 주민들은 지난 세월 어디에도 속하지 못했다. 또한 서러움은 한이 되었다. 토도에는 매일 모세의 기적처럼 바닷길이 갈라지는 신비로운 일이 벌어지고 있지만 관광객은 물론 완도사람들조차 제대로 알지 못한 곳이다.

 

찾아가는 국도 어디에도 표지판이나 이정표하나 없는 해남과 완도에서 철저히 소외된 이곳 토도 사람들의 꿈은 소박했다.“마을에 가로등이 밝았으면 좋겠어요. 어두운 밤 노인들 다니기가 불편하잖아.”

 









 

 

 

 

 



 

 

저작권자 © 완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