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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그들은 군민을 보지 않았다

박상석 편집국장

  • 박상석 기자 wandostory@naver.com
  • 입력 2014.05.22 08:34
  • 수정 2015.11.21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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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에서 처음 마련된 완도군수 후보 정책토론회가 어이없이 무산됐다. 본지와 완도군청년회, JCI완도청년회의소 등 3개 기관단체가 오랜 준비 과정을 거친 군수 후보 정책토론회였는데 실패했다. 군수 후보자들의 공약과 자질을 군민들이 직접 검증해볼 기회를 제공하기 위하자는 순수한 취지로 마련된 토론회가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자괴감이 깊다.

18일 오후 계획했던 군수 후보 토론회는 사전에 각 후보자들에게 그 취지와 형식 등을 충분히 설명했었다. 또 이에 대해 후보자들도 동의했었다. 개최일 이틀 전까지 참석을 확인받은 토론회는 그럼에도 취소 됐다. 개최 전날에서야 한 정당 소속 후보가 불참 입장을 밝혀오고, 다른 후보는 전날 오후 진행된 무소속 후보 단일화협상이 결렬된 이후 며칠 연락을 끊었기 때문이다. 유력 후보와 다른 한 명의 무소속 후보의 불참은 연쇄적으로 남은 무소속 2명에게도 영향을 주었다. 처음에는 전화와 직접 대면을 통해 사태를 수습하려 애썼으나, 돌아가는 상황으로 볼 때 결국 접을 수밖에 없었다. 군민들 앞에 면목이 없다.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다.

토론회 개최 전날 맞닥뜨린 이 황당한 상황이 믿어지지가 않았다. 후보자 정책토론회를 통해 표를 더 얻을 수도 있고, 잃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산술적인 계산으로만 선거에 임하는 사람이라면, 그는 애초에 출마해서는 안 될 사람이다. 우리 완도를 이끌어갈 자격이 없는 후보라는 것이다.

<논어 계씨편>에서 공자는 군자의 아홉 가지 생각을 이렇게 말했다. “볼 때는 밝음을 생각하고, 들을 때는 슬기로움을 생각하며, 얼굴빛에 있어서는 따뜻함을 생각한다. 태도에 있어서는 공손함을 생각하고, 말은 성실함을 생각하며, 일에는 신중함을 생각한다. 의심스러운 것은 물을 것을 생각하고, 분노가 일 때는 뒤탈을 생각하며, 이익을 앞에서는 의로운 것인지 생각한다.”

공인으로 나선 군수 후보가 뱉은 말을 가볍지 않은 약속이다. 그런데도 그들은 군민들을 보지 않았다. 군민들과 약속을 가벼이 여겼고, 너무나 이를 하찮게 판단해 뒤집었다. 작은 이익 앞에서 자신이 약속한 것을 언제든 이처럼 뒤집을 수 있는 사람에게 완도군민의 미래를 통째로 넘겨주는 것이나 아닐까하는 우려를 이래서 하는 것이다.

가슴에 울림이 없는 공허한 공약, 혈연과 지연을 이용한 ‘묻지마식’ 표 모으기, 본분 잃은 사회단체를 이용한 불법선거운동, 명분없는 야합과 저급한 수준의 정치적 술수를 이용한 상대 후보 공격, 끊임없는 고소, 고발로 선거 분위기 흐리기, 거소투표와 사전투표제의 허점을 이용해 돈으로 표를 사는 매표행위 등. 이런 따위의 선거로 당선된 군수 후보, 또는 도•군의원 후보가 과연 유권자를 위해 제대로 일할 수 있겠는가?

자신의 입으로 토론회 참석을 약속한 것을 손바닥 뒤집듯 파기할 수 있는 후보자, 자신이 아니면 무조건 경쟁한 결과를 부정하고 나서는 후보는 더 이상 군민 앞에, 유권자 앞에 서지 말아야 한다. 그들이 우리의 지도자로 선택받아서도 안 된다.

요즘 TV로 방영되고 돼 인기가 높은 드라마 <정도전>에서 삼봉은 그가 가진 모든 것을 걸고 ‘민본(民本)세상’을 꿈꾸고 그 꿈을 실현키 위해 싸운다. ‘민본’은 곧 ‘민주’이다. 삼봉 정도전이 그토록 꿈꾸어온 세상이 바로 우리가 사는 ‘민주주의(民主主義)’이다. 온전한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지키기 위해서는 ‘바른 투표’가 치러져야 한다. 모든 선택권이 지금 완도군민 손에 맡겨져 있다. 군민의 한 표가 완도의 내일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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