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땅 위에 있는 모든 이들을 사랑하리. 죽은 나뭇가지에서도 봄기운이 쏟아나고 있다. 가슴 깊이 사무치게 그리워도 눈길 하나 주지 않는 저 바위 돌도 때가 되니 가슴을 내 져친다. 나무와 나무 사이에서 불현 듯 다가오는 진달래 꽃. 오히려 내 마음이 놀라 힐긋 바라보니 수집은 듯이 얼굴을 붉힌다. 스무 살 촌스러운 여자는 그대로의 봄이다. 아무리 치장을 하여도 그 속에 촌스러운 티가 보인다. 이런 모습으로 오는 봄이 언제까지 올까요. 이 땅 위에 있는 자들이 우주를 본 듯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우리는 지금 이 지상에서 꿈틀거리면서
산 아래 또 산이 있다. 아무리 작은 풀꽃이라도 다시 봄 산이 되고자 초록의 옷을 입고 있다. 여러 물길이 모여 하나의 세상을 되고자 푸른 강물이 된다. 온몸으로 꽃이 되고자 숱한 흔들림 속에서 뿌리는 더욱 강건하리라. 반짝이는 잎새는 섬세하게 햇빛을 받아 하나의 푸른 산을 만든다. 산에서도 쉬지 않고 길을 가고 있다. 들판에서도 쓸쓸한 사람이 서 있는 듯 걸어가고 있다. 온 산이 그 푸름을 잊고 고개 넘어 철새 소리가 넘어온다. 꽃은 여기저기 정답게 피지만 산허리는 바람을 뒤로하고 세월을 남김없이 어디론가 길을 떠나고 있다. 쓸쓸
행복한 노화는 절대 평화로울 수 없다. 대신 발견과 놀라움으로 채워지기 위해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몸이 점점 쇠하면 마음은 거의 따라 순응하라고 한다. 그동안 보지 못했던 것을 꿈을 꾸게 하고 실행에 옮길 수도 있다. 갑자기 내 앞에 놓여있는 아름다움을 보며 놀라움과 새로운 발견이 내 삶의 연장선상에 있고 그것이 내 눈을 밝게 한다. 깊은 산속에서 피는 수많은 꽃이 꿈속에서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 꿈에서 얼마나 많은 꽃을 보았는지 색깔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깨어나면 단 몇 그루의 꽃만 기억한다. 지금까지 살면서 얼마나 많은
그 어떤 것에서도 강요받지 않고 혼자 스스로 사는 데에서 자아를 토해낼 욕망이 필요하다. 일엽편주의 망망대해에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바람이 필요하다. 자기 스스로 복제가 가능한 식물일지라도 때가 되면 그에 맞는 주변 환경이 필요하다. 작은 부자는 성실함으로 가능해질 수 있다. 그러나 큰 부자는 하늘의 도움이 필요하다. 가지면 가질수록 낮아지고 겸손해져야 한다. 그 많은 금은보화는 자기 것이 아니다. 낮은 사람과 함께 나눠 가지라는 하늘은 명이다. 보이지 않는 세계도 권력이 필요하다. 그 욕망으로 계획하면서 정치가 필요하다. 정치는
봄은 가장 낮게 아주 작게 봄눈을 틔운다. 마음의 씨앗부터 작은 새싹까지 봄의 여정이 시작된다. 2월의 저녁 아침은 영하의 기온이다. 그리운 마음을 불쑥 내놓기가 그리 쉽지 않다. 추운 겨울에서 따뜻한 봄기운이 펼쳐지면 내 마음의 옷을 활짝 벗고 봄꽃 앞에 살며시 웃는다. 2년 동안 코로나 전염병으로 세계 동시대인들이 고통을 겪는다. 시대의 아픔이 전쟁으로 알았던 인류는 그 작은 것에서도 크나큰 시련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어쩌면 발달한 문명의 아픔인지도 모른다. 물질문화는 지구촌 끝까지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물질이 인간의 모든
북향을 향하는 나그네가 된 사람이 있다. 추운 골짜기를 지날 때마다 뜨거운 가슴을 파묻고 있는 그리운 사람이 있다.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비밀스러운 사람이 또 하나 있다. 얼음장을 깨고 눈길 위에 발자국으로 정을 온전히 쏟아놓는 사람아. 네가 가는 길마다 푸른 새싹이 돋고 눈물의 꽃을 만드는 사람아. 남루한 세월을 지나왔어도 이마에 가장 깨끗한 햇빛이 내린다. 허름한 세월이 누더기가 되어도 밤하늘에서 별빛이 내리나니 그 사람이 나에겐 가장 소중하다. 남산 제비꽃이 오던 길로 다시 온다고 한다. 소녀의 이름으로 노래를 부
완도수목원은 최근 상왕봉 일원에서 황금색 꽃망울을 터트린 복수초가 확인됐다고 26일 밝혔다. 복수초는 이른 봄 눈 속에서도 피는 꽃 중의 하나로, 미나리아재비과 여러해살이풀이다.야생화 가운데 추운 겨울에도 먼저 꽃을 피워 봄을 알리는 꽃으로 사랑을 받고 있다. 야생화 가운데 추운 겨울에도 먼저 꽃을 피워 봄을 알리는 꽃으로 사랑을 받고 있다. 지난 2020년에는 가장 빠른 1월 초에 꽃망울을 내밀었고 2010년엔 2월7일로 가장 늦게 개화했다.
땅 위에 사는 모든 운명을 사랑한다. 그래서 수천 년 전에 이름이 지어졌으리라. 하늘은 이 많은 운명을 안내하는 별을 수놓아 놓았다. 지난 시절 라디오에서 노래가 나오면 그냥 따라 하면 어느 날 나의 노래가 되듯이, 땅을 파고 약간만 들어가면 따듯한 온기가 듯이 대지를 밟고 서로의 이름을 불러 부면 그게 의미를 부여하게 한다. 바다를 날아다니는 새들도 새 생명을 잉태하는 때에는 대지를 밟는다. 티끌만큼 작은 먼지도 지상에서 출발하나니 다시 땅으로 돌아오면 씨앗 하나 움켜잡고 싹을 틔운다. 물 위에 꽃잎이 죽어서도 강으로 바다로 떠난
재를 넘어가다보면 아직도 넘어야 할 재가 남아 있다. 추운 솔바람 소리에도 지상에서는 따뜻한 삶이 있다. 아직 들리지 않는 개울물도 그 가슴속에선 따뜻한 피가 흐르고 있겠지. 이름 모를 새들도 나뭇가지에서 서로 속삭이며 입김을 불어넣고 있다. 푸른 잎들이 어디로 떠나고 싶은 걸까. 서로 얼굴을 비비며 다짐해본다. 봄이 오면 두 날개를 펴면서 고갯마루로 떠나고 싶다고 한다. 숨겨둔 마음이 그리 높지 않은 능선을 오르면서 비로소 그리움이 되나니 엷은 미소를 짓게 한다. 아직 봄 산은 멀리 있지만 이따금 부엉이 울음소리에 생각하는 사람이
몸 하나로 견디는 사람들. 노숙이 아니라 햇빛 하나만 있으면 만족하는 사람들. 들판에 흩어져 피는 꽃들에 하나하나 아름다운 이름을 지은 사람들. 봄부터 가을까지 꽃이 피고 질 때마다 그리운 사람들. 이제 한해가 지나가려고 머뭇거리는 사람들이 그리워진다. 얼마나 그리우면 죽어서도 꽃이 되는 이름들. 삶의 흔적들은 살아있을 때 정이라 말하리. 마른 나뭇가지에 추위에 떨고 있는 새들도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서로 말을 건네며 정을 나눈다. 겨울 햇빛은 가늘지만 그래도 공으로 받기에는 미안한 듯이 지난 영광의 햇빛을 그리워하면서 지나간 운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나는 간다. 당신은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당신 홀로 간다. 겨울 하늘 아래 떨어지는 동백꽃. 그 더운 여름을 꽃망울에 뭉쳐다가 이제야 그 열정을 편다. 하루를 꽃 피우기 위해 천년을 기다렸을 것이고 천년의 영혼을 지키기 위해 하루를 얼마나 소중하게 여겼을까.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가야 한다 것이 당연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고 당신도 처음 겪는 일이겠지. 저마다 길이 없는 곳에서도 햇살은 속삭일 것이고 날마다 서천길이 달라져 낯선 길 위에서도 붉은 노을이 당신과 나를 맞이한다. 천년의 소망 속에 태어난
겨울나무는 적게 가져야 더 많은 것을 얻는다고 한다. 소나무도 상록수이지만 가을에 잎이 노랗게 되면서 떨어진다. 소나무 낙엽이 산길을 가장 부드럽게 만든다. 그 산길을 가고 있으면 마음에까지 닿는다. 산길을 홀로 가고 있는 뒷모습마저 향기롭게 보인다. 나무는 욕심이 없다. 무언가를 소유하려 하지 않는다. 때가 되면 땅으로 모든 것을 내려놓는다. 운명적인 가난보다 더 선태 적인 가난이 마음과 정신이 얼마나 맑아지는지 모른다. 겨울나무는 눈과 만남이 아름답다. 겨울나무로 상징될 만큼 상고대는 자연이 준 예술이다. 가지에 모여 있는 모든
사랑의 열매에는 가시가 있다. 12월에 빨간 열매를 간직하기 위해 그 독한 가시가 돋았나 보다. 파라칸타, 배풍등, 명감나무, 찔레꽃나무, 산수유 등은 사랑의 열매를 상징한다. 나무에도 뜨거운 피가 흐른다. 우리 눈에 보이질 않지만 그 뜨거운 사랑의 기운이 하루하루를 지탱하게 만드는지도 모른다. 어릴 때부터 나는 호랑나무가시를 보아왔다. 그땐 빨간 열매가 달렸는지도 몰랐다. 단지 일 년 내내 사철나무로서 잎에 가시가 달렸다는 기억뿐이다. 산야에서 가끔 보이는 호랑나무가시는 강인한 나무다. 서양에서는 예수의 가시관에 생명이 다시 태어
가을에 잎이 빨갛게 익었다가 겨울에 더 붉어진 얼굴. 봄의 기운으로 싹을 틔우고 여름에 뜨거운 열정으로 꽃을 피우고 가을에 비로소 열정을 토해낸다. 겨울엔 마음의 온도를 올리기 위해 빨간 열매를 달아놓는다. 나무는 매일 쉬지 않고 자기를 변화시킨다. 타인을 위해 향기를 내어주고 아름다운 색깔로 자기의 본모습을 보여준다. 남천나무는 신사임당의 화폭에서 많이 알려진 나무다. 원산지가 중국이라고 하는데 16세기 전에 들어온 것으로 여겨진다. 사철나무로 사계절 다른 모습을 드러내 정원수로써 많이 심는다. 뿌리와 줄기, 잎은 해열제로 효험이
나무는 제 자리에서 평생 누군가를 간절히 기다린다. 그 기다림이 커서 나무가 됐나 보다. 나무와 나무는 사이가 잘 보이질 않지만 분명 손을 잡고 있다. 누구를 기다리는 동안 서로 외롭지 않기 위해서다. 세포는 늙어 하나둘씩 사라지지만, 누군가를 그리워한 마음의 무게는 세월속에서 더 늘어만 간다. 나무는 늘 그 자리에서 서 있기를 원한다. 계절 따라 별들이 찾아오는 데에 어려움이 없기를 바라면서다. 옛사람들은 토담집을 짓더라도 자연을 찾아가서 지었다. 한그루 소나무 옆에 집 하나는 그 공간을 무한한 상상력을 낳게 한다. 늦가을 나무는
나의 그대 사랑하기에 모든 것들이 아름답게 보인다. 그 많은 꽃은 어디로 가고 없는데도 사랑의 열매들이 나의 가슴을 데운다. 아무 때나 와도 사랑의 씨앗은 기억을 되살리고 있고 산 기습에 아무리 숨겨 놓아도 너의 사랑의 온도를 느낌으로 알았네. 이맘때면 어김없이 찾아와 사랑의 이름표를 달고 가을 하늘을 노래하는 너. 자기의 마음의 깊이를 주장하느니 세상은 더 따뜻해지고 너그러워졌다네. 생각은 억지로 길을 만들지만 마음은 늘 자유롭게 세상을 보라고 청미래덩굴은 그렇게 아름답게 빨간 열매를 달아놓았다네. 제 가는 데로 꾸불꾸불 가을 길
그 많은 꽃은 어디로 갔나. 그 짧던 계절 속에서도 내가 나를 꽃피우던 시절은 어디로 갔나. 그 많던 소녀들은 어디로 갔나. 수줍게 그냥 그 자리에 있어도 꽃이 되었던 그 세월은 어디로 갔나. 이른 봄에 산언덕에 불현듯 나타난 생각나무 꽃. 그 소녀가 노란 꽃이 되었기에 나는 그 얼굴을 기억한다. 오랜 세월도 꽃이 된 소녀는 어디로 갔을까. 봄여름 지나 가을꽃들은 어디로 갔나. 모든 사랑의 눈물들을 훔친 계절의 예언들은 아직도 멈추지 않고 있는데 한참 피었던 그 꽃들은 어디로 갔나. 억새꽃 바람에 흔들리는 몸짓. 아직 꽃들은 아쉬운
가을 국화꽃 중에 제일 작은 꽃은 감국이다. 연보랏빛 쑥부쟁이와 다르게 노란 은행잎처럼 산언덕에서 많이 핀다. 꽃은 작지만 여러 송이 모여 피어있기에 멀리서도 잘 보인다. 해 질 녘에 남쪽 햇볕과 마주할 땐 노란 조명으로 물들인 것처럼 그 풍경 또한 아름답다. 가을의 들국화는 모름지기 감국이다. 산에는 산국, 바다는 해국, 들에는 감국이다. 자연에서 자란 꽃들은 소소한 맛이 있다. 꽃잎을 자세히 보면 제각각 다르다. 바람이 어느 때 온들 잠시 머물다 갈 수 있도록 마음의 틈을 내어 준다. 가을 햇볕이 내려앉으면 머리를 깨끗이 감고
지난 여름 동안 안으로만 쥐고 있었다. 움켜잡은 주먹 안에서는 생명이 잉태하였고 결연한 의지로 그 생명을 키워 냈다. 잎사귀는 온갖 태양 빛을 받아 엽록체를 만들고 광합성 작용을 하여 영양분을 만든다. 콩 뿌리혹박테리아는 흙이나 공기 중에 질소를 모아 콩에 주면 이걸로 단백질을 만든다. 무기 화학에서 유기 화학으로 가는 여정이 절묘하게 손을 잡고 있다. 자연스럽게 화학적 결합이 일어나 생명이 잉태되고 영양분으로 성장한다. 시월 한가운데선 꽉 쥐고 있는 생명을 펴야 한다. 콩깍지가 열리는 순간 가을의 소리가 시작된다. 으름덩굴 열매가
가을 산에서 불현듯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 시월 어느 날 마른 숲에서 다소곳이 피어난 하얀 그리움은 어느 산길이 되었나 보다. 사람의 입에서 고요한 새소리가 되고, 맑은 눈망울은 그림이 되고 싶은 계절은 내 마음의 풍경을 만든다. 가을의 뜨락에서 점점 맑아가는 홍시를 보고 있으면 그 마음이 한곳 에서 맑은 하늘을 내려온다. 가을 한가운데에서 보이는 것마다 음악이 되고 시의 언어가 된다. 계절은 우리에겐 늘 깨어 있으라 한다. 무기력하고 진부한 삶의 패턴에서 리드미컬하게 움직이라고 지시한다. 가을의 움직임은 가장 낮게 그리고 겸허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