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이동파도를 지나다 오전 9시, 외연 페리가 군산항을 출항한다. 이 항로를 오가는 정기 여객선 뉴어청도 페리는 정기 점검에 들어가고 예비선인 외연 페리가 대신 다닌다. 두 시간 반의 운항시간이 다시 세 시간으로 늘어났다. 뱃길은 멀고 날은 흐리다. 저 망망한 바다 위로 또 얼마나 많은 생애의 시간들이 흘러갔는가. 여객선은 낡았고 선원들은 늙었다. 외딴 섬으로 가는 여객들은 고단함에 지쳤다. 선실의 지하는 방이고 지상은 의자다. 바닥을 찾아든 여객들은 벌써 잠이 들었다. 먼 길 가는 뱃길에 잠 보다 빠른 지름길은 없다. 한 시간의 항
늦가을, 웅도는 한창 굴 수확 철이다. 가로림만 너른 갯벌은 웅도 사람들이 누대를 일구고 살아온 바다 밭이다. 그 밭에서 섬사람들은 조개와 굴과, 낚지를 잡으며 살아간다. 옹도는 마을 길마다, 집안 귀퉁이마다 줄로 이은 가리비 껍질들이 무더기로 쌓였고 그 옆에는 막 채취해온 굴들이 가득 가득 쌓여있다. 가리비 껍질들은 굴양식에 쓰일 예정이다. 가리비 껍질들을 줄줄이 매달아 바다에 띄우면 굴의 포자가 와서 붙고 거기서 굴들이 자란다.웅도 갯벌의 굴이나 웅도 어리굴젓의 역사는 길다. 하지만 그것은 자연산 굴이었다. 바지락처럼 양식 굴이
서산읍에서 벌말 행 시내버스를 탔다. 웅도 선착장까지 직접 가는 버스는 하루 세 번. 한참을 더 기다려야 하는 까닭이다. 대산읍 소재지를 지나자 얼마 후 웅도 입구라는 이정표가 보인다. 10여명의 노인들이 우루루 내린다. 나그네도 따라 내린다. 같은 마을 사람들끼리 어디 잔치집이라도 다녀오시는 길일까. 노인들은 모두 옹도 입구 대로리 마을 분들이다. 여럿이 모이면 어디나 분위기 메이커가 한 사람씩 있게 마련이다. 길을 걷는 내내 키가 작고 허리 꼿꼿한 할머니 한분이 전후, 좌우를 오가며 말을 걸고 우스개 소리로 사람들을 웃긴다.언뜻
미법, 서검도 등 민통선 안의 섬들은 아직도 외부와의 왕래에 제약이 많다. 섬에 민간인이 자유롭게 드나들기 시작한 것은 불과 5~6 년 전 부터다. 그 전에는 섬 안에 친인척이 있는 경우에 한해 출입이 가능했다. 바다를 사이에 두고 북한의 황해도 연백과 인접한 강화 인근의 섬들은 지금도 군부대가 주둔해 있는 군사 요충지다. 한국전쟁으로 강화가 군사 분계선상에 위치하기 전에도 군사적 긴장은 오랜 세월 강화 지역의 숙명이었다. 고려와 조선의 왕도인 송도와 한양으로 진입하는 통로에 위치한 까닭이다.교동도는 수군 절도사겸 삼도수군 통어사가
강화군 서검도와 미법도 사이에 괴뢰섬이 있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은 것은 볼음도에서였다. 민통선 안에 있는 미법도나 서검도, 볼음도는 지척간의 섬들이다. 서검도 앞 바다로 침투한 남파간첩이 그 섬에 숨었다가 도주한 뒤부터 섬의 이름이 괴뢰섬으로 바뀌었다 했다. ‘괴뢰’란 호칭은 북한정권을 소련의 꼭두각시로 보던 시대의 산물이다.외포리 여객선 터미널에 앞에 서 있는 안내지도 하나에는 괴뢰섬이란 지명이 있다. 그런데 또 다른 지도에는 괴리섬으로 표기되어 있다. 하지만 정작 여객선의 선원들이나 서검도, 미법도 주민들, 면사무소 공무원들 누
말도 선착장은 큰 파도에 파손되어 위태롭다. 면 직원이 실태 조사를 해간다. 보수 공사를 하겠지만 큰 파도가 치면 선착장은 다시 파손되고 말 것이다. 연례행사다. 말도는 주변 섬들에 비해 기온이 차다. 논에는 농약 한번 치지 않았지만 고온에서 번성하는 멸구와 나방 등의 해충 피해가 적다. 말도 감나무에 달린 감은 씨가 없다. 씨가 있던 감나무도 몇 해가 지나면 씨가 없어진다고 말도의 주민 한 사람이 알려준다. 기후 탓일까. 청도 반시라 부르는 경북 청도의 감나무 열매 또한 씨가 없다. 꽃피는 철에 안개가 많아 수분이 되지 않는 까닭
섬은 작고 농토는 비좁지만 이곳에서도 벼농사를 짓고, 고추와 참깨, 옥수수와 콩, 마늘 등의 밭농사를 지어 끼니 거르는 사람 없이 살아간다. 그렇게 사람들은 물이 있고, 부처 먹을 땅 한 조각만 있으면 아무리 먼 바다 깊은 산속이라도 찾아와 살았다. 그렇게 수 천 년의 삶을 이어왔다. 외부의 침략자들, 왜구와 해적들의 노략질과 탐욕스런 관리들의 수탈을 견디며 끝끝내 살아남았다.우리는 모두가 슬픔의 후예다. 우리는 모두가 고난의 후예다. 슬픔과 고난을 견디고 살아남은 자들의 후예다. 그 모진 세월을 견디고 살아남기란 진실로 희귀한 일
강화도 외포리에는 두 개의 여객선 선착장이 있다. 하나는 석모도행 전용 선착장이고 또 하나는 주문도와 볼음도, 아차도 항로의 선착장이다. 이 바닷길에도 카페리가 다닌다. 작은 섬으로 가면서도 사람들은 자동차에 대한 미련을 쉽게 버리지 못한다. 철부선 갑판은 뭍에서 싣고 가는 자동차들로 빼곡하다. 철부선이 허허바다로 나간다. 끝없이 넓고 큰 바다, 허허바다.볼음도 행 카페리는 시간의 물살을 느리게 거슬러 오른다. 여행자들은 섬으로 가는 배를 탔으나 자동차를 끌고 가는 한 결코 섬에 도달하지 못할 것이다. 자동차 안에 도시를, 도시의
해방 후에는 주민들이 일본인들의 머구리배를 구입해서 조업했다. 머구리배 23척이나 있었고 술집도 7곳이나 됐다. 갈치가 많이 잡히는 갈치어장이었고 바다 속에는 전복, 해삼 등이 지천이었다. 그래서 연대도를 돈섬 이라 했다. 일본말로 카네시마다.한국전쟁 중에 인근 섬 추봉도와 용초도에 포로수용소가 있었다. 탈출한 포로 6명이 연대도로 왔다가 잡혀가기도 했다. 총살당한 포로 시신이 떠내려 오기도 했었다. 전쟁 때는 '홀치기'하는 징발선이 다녀가곤 했다. 성인 남자들을 강제로 징병해 가는 것을 홀치기라 했다.불교이 다비식을
선진국은 수년전부터 에너지·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여기에 체르노빌원전사태, 후쿠시마 핵발전소사고 이후 탈핵을 통한 자립에너지 해결방안이 전 세계적으로 부각되고 있다.해결방안으로 국외는 물론 MB정부에서도 건축물, 주거단지뿐만 아니라 에너지 자립마을, 탄소제로도시 등의 프로젝트 등을 개발·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프로젝트가 ‘주민주도’가 아닌 ‘정부주도’여서 수백억의 정부예산이 낭비되고 있는 실정이다.이에 본지는 국내·외 에너지 자립마을의 성공과 실패사례를 살펴보고 전북 부
"윷놀이 최고의 고수 서재목, 손재희의 집. 목소리 크고 음식 솜씨 좋은 아내 손재희. 연대도 개그맨 서재목씨가 달리기를 잘하는 김동희 할머니와 함께 사는 집""전통 어가를 그대로 간직한 백옥수 할머니 집. 영화 백프로에 나온 집입니다."연대도의 집 담벼락에는 아주 특별한 문패가 하나씩 걸려 있다. 집에 사는 주인의 내력이 적힌 나무판자. 모르가 지나가면 그저 그 집이 그 집일 뿐인 섬 집들. 담벼락에 적힌 설명으로 인해 그 집들이 살아났다. 어느 한집 예사로운 집이 없다."노총각 어부가 혼자 사는 집, 화초를 좋아해서 목
산길에 진달래가 피었다. 10월 말에 진달래라니! 철모르고 늦겨울에 일찍 피는 개나리는 더러 봤으나 가을에 핀 진달래는 처음이다. 한반도의 기후대가 확연히 변한 듯하다. 팬션을 지으려는 것인지 산자락 한 무더기가 잘려 나갔다. 할머니 두 분이 산밭에서 일한다. 한 분은 끝물 고추를 따고 한분은 괭이로 밭을 일군다. 노인들의 일하는 모습을 잠깐 보고 있는데 갑자기 돌맹이 하나가 날아온다. 깜짝 놀라 피한다. 하마터면 정강이뼈에 금이 갈 뻔 했다. 할머니도 깜짝 놀라 고개를 들고 나그네를 책망한단.“어째 거기 있어요. 큰일 날 뻔 봤시
장봉도 옹암 선착장 입구에서 할머니 한분이 낚지를 팔고 있다. 장봉도 갯벌에서 파온 뻘 낙지다. 뭍에서는 돈이 있어도 사기 어려운 귀물이지만 섬에서는 한 마리, 4천 원에 팔린다. 가을 낙지가 살이 올랐다. 노인은 서울이 집이다. 물때만 좋으면 매일 버스를 타고, 배를 갈아타고 장봉도나 신도, 시도 갯벌로 건너와 낚지를 잡는다. 오늘은 열한 마리를 잡았다. 내일은 물이 가장 많이 빠지는 사리 때라 섬에 하루 더 있을 생각이다. 할머니는 낚지 잡아 판돈으로 잠잘 방을 얻고 밥을 사먹고 교통비를 벌고 용돈도 벌어간다.인어. 반인 반어의
코앞에 두고도 섬들 사이의 소통은 쉽지 않다. 난지도에서 소난지도 가는 길도 그렇다. 소난지도는 당진 도비도와 난지도 사이의 중간 항로에 있지만 오가는 길에 모두 들르지 않는다. 난지도로 오는 뱃길에만 들르기 때문에 난지도에서 소난지도로 바로 건널 수가 없다. 그래서 난지도에서 소난지도엘 가려면 도비도로 나갔다가 들어오는 배를 타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궁즉통. 도비도행 여객선에 오른 뒤 선원에게 사정을 한다. 끝내 거절하지 못한 선원이 선장에게 부탁해서 소난지도 뒤 안 선착장에 내릴 수 있게 해 준다. 고마운 일이다.소난지도는
바다와 갯벌이 죽어가면서 난지도는 관광 산업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난지도 해수욕장 관광지 개발 공사는 그런 바람의 반영일 것이다. 하지만 노인은 관광업으로부터도 섬 주민 대부분은 소외되고 있다고 느낀다. 외부 관광객이 들어오던 초기에는 주민들이 하는 민박에도 손님이 들었다. 그에 따라 주민들의 기대도 컸다.하지만 난지 해수욕장 근처에 외지 자본이 대형 펜션을 지으면서 주민들의 민박집에는 손님이 뜸해졌다. 주민들 중 일부는 새 건물을 짓고 손님을 유치하고 있지만 극소수다. 해수욕장 부근에서 민박집을 하던 주민들도 대부분 외지인들에
제18대 대통령선거 출마를 공식선언한 강지원 변호사가 13일 고향인 완도를 방문해 "국민들의 정치불신과 절망감이 극에 달해 있다"며 "조직 선거하지 않고, 지역감정 선동하지 않은 정책중심 선거의 모범을 보이겠다."고 밝혔다.강 후보는 이날 오후 3시 20분께 완도호텔에서 본지와 인터뷰에서 "정당을 조직하지 않고 무소속으로 출마한 것은 영남,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당에 말뚝만 박으면 당선되는 풍토를 타파하기 위해서다"라면서 "제왕적인 대통령 지배구조를 초당적 대통령으로 바꿔 여야가 더 이상 쌈 박질 못하게 하겠다."고
망부석이 된 여자대난지도 부둣가에는 당진 도리도행 카페리호가 서있다. 대난지도(蘭芝島)는 섬이 많지 않은 당진에서 가장 큰 섬이지만 인구 200여명에 면적은 5.08㎢에 불과하다. 이 섬도 오랜 세월 갯벌과 어로, 농경에 의지해 살았지만 요새는 난지도 해수욕장 때문에 관광객들이 제법 많이 찾는 섬이 되었다. 지금도 해수욕장 지역을 관광단지로 개발하기 위한 공사가 한창이다.난지도 초입 덕금 마을 선착장 앞 갯벌은 바지락 밭이다. 갯벌 끝에 망부석이 하나 서 있다. 안내판에는 본래 선바위라 했으나 근래에 선녀 바위로 이름이 바뀌었다고
오는 12월 19일 치러지는 제18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의 후보가 되기 위한 주자들이 속속 출마선언을 하면서 대권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에 전국 지역주간신문 2백여개의 연합체인 한국지역신문협회(회장 정태영)에서는 각 정당 대선주자의 정책과 비전을 전 국민들에게 소개하고자 시리즈를 연재한다. -편집자 주-▲전국 방방곡곡의 국민들에게 소감과 인사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세계경제 위기라는 태풍이 대한민국으로 몰려오고 있다. 다음 대통령은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급변하는 세계정세에 대처할 유능한 대통령
오는 12월 19일 치러지는 제18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의 후보가 되기 위한 주자들이 속속 출마선언을 하면서 대권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에 전국 지역주간신문 2백여개의 연합체인 한국지역신문협회(회장 정태영)에서는 각 정당 대선주자의 정책과 비전을 전 국민들에게 소개하고자 시리즈를 연재한다. -편집자 주-▲전국 방방곡곡의 국민들에게 소감과 인사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전국을 돌며 만난 많은 분들이 제 손을 잡고 “꼭 이겨라”, “새로운 정치를 해라”, “공평하고 정의로운 나라 만들어라”라고 말
오후 2시 20분, 도초항에서 섬 사랑 6호를 탄다. 우이도까지는 서남쪽으로 10여 킬로 바닷길을 더 가야 한다. 우이도는 신안군 도초도의 새끼 섬이다. 그러나 도초도의 새끼섬 우이도 또한 더 작은 새끼 섬, 동소우이도와 서소우이도에게는 어미 섬이다. 사람에게만 피가 흐르랴. 섬들도 모두 크고 작은 핏줄로 이어진 혈육 지간이다. 우이도는 과거 흑산진의 관할이었다. 일제가 가거도를 소흑산도로 명명했지만 원래는 우이도가 소흑산이라 불렸다. 자산 정약전도 흑산도 유배시 겨울이면 흑산의 혹독한 추위를 피해 우이도로 건너가곤 했다. 우이도가